안심(安心)

취직한지 1년 4개월이 됐습니다. 

성인이지만 어른인지 헷갈려 하다 20대 중반에 들어섰네요. 

대학에서부터 뛰어왔던 길이 일직선이었다는 걸 깨닫는 중입니다. 

경사로를 이겨내겠다는 집념 때문에 방향을 고려하지 못했어요.

후회는 없지만 뒤를 자주 돌아봅니다. 


안심(安心). 

부러운 심정이죠.

내 힘듦을 인정해주고 충분히 잘했다며 등을 토닥여주는 글, 광고, 드라마, 영화... 

이런 작품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안심이라는게 돈과 시간을 투자해 제작할 만큼이나 좋은 셀링 포인트였구나.

참 아이러니하다.


모든 사업이 수요와 공급으로 이루어집니다. 

나는 원하는데 내게 없으니 남에게 받겠다.

마음의 안정이라는 것도 사람들이 혼자서 마음을 치유하지 못해

수요와 공급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상업화 됐습니다. 


하지만 제3자에게서 받는 안심은 부적절한 치료제입니다.

힐링은 한순간이고 불안은 늘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생각과 상황이 바뀌지 않는 이상 마음의 상태는 원상복귀 되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유지하려면 안심을 직접 심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생각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우리가 자주 들어본 마법 주문이 떠오릅니다.

너 자신을 사랑해라. 러브 유어 셀프.

기분 좋아지는 표현이죠.

저는 쓸데없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답도 아닙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 나온 결과가 아닙니다.

스트레스는 자기가 이 상황을 못 견뎌낼 것 같은 우려에서 나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한다여도 스트레스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상황이 바뀌지 않았을뿐더러

사랑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없어

논리적으로 생각을 바꾸기에 적합한 도구가 못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익숙한 사랑이라는 표현을 써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정적인 내 자신을 (너무) 사랑한다는 건

자기 스스로 개선 할 이유를 무시하거나 잊어버리는 행위입니다.

저는 개선해야 할 단점도 많고 게으릅니다. 

채찍질도 당하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환경과 인간관계 안에서 시달리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인지하는데도 덜 힘들어 하는 이유는

제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자기 모습에 불만이 있어야 원하는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나는 현재에 멈춘 내가 아닌 시간을 통해 진화하는 나 입니다.

안현환1 과 안현환2가 있다면 제가 사랑하는 건 (안현환2 - 안현환1) = ∆안현환 입니다.

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믿음과 같죠.

∆ 란

마주칠 수 없는

흐름같은 존재

두 점을 연결해주는

투명한 선

나를 이끌어주는

또 다른 내 자신.

이 글은 저보다 더 많은 불행을 이겨내신, 

더 높은 산을 오르신 분들에게 바칩니다. 


저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Hyun Hwan 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