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1 서막(완)

2021년 3월
지원했던 모든 의대에게서
2차 인터뷰 초청도 없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대학교를 다닐때부터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핑계를 갖춘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
성공 외의 결과는 상상 밖에 두었던 것 같다
그러므로 실패의 충격이 더욱더 클 수밖에..

또 한번의 기회가 남았었지만
지난 5년간의 노력이
남의 결정에 따라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공들여 쌓은 탑을 들추어보니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구멍이 나를 반겼다

그 구멍은 내 탑을 한입에 삼키고
나를 깎아먹기 시작했다
내 부족함을 상기시키고
내 잠재력을 굳히는데
내 무슨 자격으로 이 괴롭힘을 마다할 수 있을가
정신은 무력해지고 포기는 달콤해져만 갔다

다행이도
가족간의 믿음과 사랑
친구들의 응원
그리고 멘토들의 가르침이 날 부추겼고
나는 마지막 도전장을 내밀었다
후회없이, 최선을 다했다고 확신할 때 즘
2021년 12월 17일, 만 25살 되기 6일 전
토마스제퍼슨 대학원의 MD/PhD 복합학위과정에 합격했다

실감이 안났다
내가 정말 의사가 될 수 있다고?
환자를 치료하고 연구를 지도하며
의학의 발전과 진보에 기여할 수 있다니..
내가 하고 싶은 걸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다는 게
내 삶의 목적을 더 이상 변형할 필요 없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부모님 돈 걱정 안 시켜드리고
누나가 벌써 자리잡은 도시에서
다음 8년을 지낸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기회인지

지난 6년간의 노력의
당연하면서 결코 당연하지 않았던 결과
드디어 내 인생의 출발선에 도착한 기분
국제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이런 꿈을 꿔온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

실패, 절망, 반성, 도전, 성공, 행복
이런 심리적 뷔페를 차려준 2021년은
내게 너무나 고마운 해다

2022년부터는
늘 감사함을 되뇌이며
남을 돕는 이로운 사람과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더욱더 최선을 다하겠다

Hyun Hwan 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