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 Hwan 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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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9

아버지랑 3시간 통화를 했다.

어머니는 할머니댁으로 가셔서 오랜만에 부자간의 1대1 대화였다.

아버지는 늘 말씀 하셨다. 아들이랑 대화하는게 가장 재미있다고.

처음에는 그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씀인줄로만 알았다.

오늘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걸 느꼈다.

2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되어보니, 아버지가 마음을 더 열기 시작하셨다.

개인의 인생 경험담과 내가 들어볼 수 없었던 고민을 꺼내셨다.

내가 알고 있었던 아버지라는 존재가 전부가 아니라는걸 느낀다.

너무 힘들었던 시절, 겪으신 시련들.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얘기가 많았다.

너무 죄송했다.

아들이 커서 대화를 나누길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지난 몇 십년 간은 그 누구의 어깨에도 기댈 수 없고, 높고 외로운 가장이라는 자리에서 가족의 행보를 이끌어야 할 책임.

이제서야 내가 버팀목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에, 성장이 느린 내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먼 타지에서 힘이 되고 싶어도 못되고, 내 일에 최선을 다하되 더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다.

가슴이 많이 아프다.

아버지와 통화가 끝나고 참고 있었던 눈물이 흘렀다.

자식은 부모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게 아니다.

내 슬픔은 내가 등에 짊어져야 한다.

내가 힘든 심정을 보이면, 부모님은 몇 백배 더 힘들어 하신다.

이게 내가 배운 아들의 도리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받은 가르침이 있다.

친구를 잘 사귀어라. 사람을 믿지 마라.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

그 외의 관계는 상황에 따라 비틀어질 수 있다. 우정에 속아 약점을 잡히지마라.

내가 온전히 잘되기를 기원하는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

어린아이가 어떻게 이해 하겠는가.

왜 친구를 조심하라 하시는지, 의문을 가졌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내 끊어진 우정과 사람 관계를 뒤돌아보며 이해했다.

사람들은 직설적인 사람을 싫어한다.

사람은 시기 질투 때문에 남을 끌어 내리고 싶어하기도 한다.

본인이 그렇지 않다고 주장해도, 우리 모두 그런 창피한 면이 조금이라도 있을 것이다.

이런 추한 생각과 행동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헌데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 애초에 조심하라는 것뿐이다.

그런 의미로 가족관계만이 의심없이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는 거다.

仁 泉 世 家 (인 천 세 가) “어질음이 샘솟는 집” 이라는 뜻이다.

아버지가 가족을 어떻게 이끌지 고민하실 때 지으셨다고 한다.

아직 이해하지 못했으나.. 차차 와닿는 것 같다.